벤처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방안= 한 정 화[한양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2009년 벤처정밀 실태조사에 의하면 벤처기업의 평균 근로자 수는 27.3명이며, 이 가운데 90%가 정규직이다. 직종별로는 생산, 연구, 영업 분야의 인력이 부족하여 2009년 예상된 신규채용 근로자 수는 평균 8.2명 정도였다. 현재 벤처로 등록된 기업수가 1만 9천개로서 어림잡아 50만 정도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과거에 벤처로 등록된 기업이 누계로 4만 개가 넘기 때문에 이중 상당수가 실패했다고 치더라도 벤처를 통해 제공하고 있는 일자리 수는 100만 개 이상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생계형 창업은 과다경쟁으로 인하여 벤처보다도 실패확률이 높고 정규직 일자리 창출 기능이 취약한데 비해, 벤처는 상대적으로 우수한 정규인력을 고용한다는 점에서 고용창출에서 바람직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벤처가 지속성장하면서 계속적으로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숫자가 많지 않다는 사실이다. 작년에 매출 천억이 넘는 벤처 숫자가 200개를 돌파했다고 해서 상당한 성과로 부각되었다.
천억 벤처의 의미는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 수준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전망이 밝지는 않다.
천억 벤처의 80%가 대기업 납품형 기업으로, 그 중 절반은 한 개의 대기업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경우이다. 우리나라의 대기업이 자동차, 반도체, 모바일, 디스플레이, 조선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들과 공생하는 벤처가 많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대기업 의존형 벤처의 경우 생존은 가능하지만 성장의 한계가 크며 수익성이 낮아서 독자적인 기술역량을 구축할 수 있는 R&D 투자 여력이 부족하다.
삼성전자가 최근 사상 최대의 실적을 내고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이 10%대를 넘었지만 납품 중소기업의 수익률은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물론 이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기업간 상생관계가 정립되어야 한다. 최근 토요다 사태에서 보듯이 과도한 하도급 업체 압박은 모기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중소벤처기업이 대기업 의존도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거래선 다변화와 해외시장개척이 필요하다. 이들이 중소기업 수준을 넘어서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사업다각화, 해외시장 개척 및 기술역량의 고도화가 필요하다.
이를 정책적으로 뒷받침 하려면 R&D 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부여하고 KOTRA 등을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해외시장 개척을 지원해야 한다. 과거에 비해 상당히 발전했지만 좀 더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성공적인 벤처창업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우수 전문인력의 준비된 창업이 활성화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실패에 대한 관용을 높일 수 있는 금융과 법률 제도의 개혁이 필요하다. 2005년 EU에서 “왜 유럽에서는 빌 게이츠가 나오지 않는가?”라는 보고서가 출간되었다. 주된 원인은 유럽은 미국에 비해 실패에 대한 관용(tolerance for failure)이 부족하고 안정된 일자리를 선호하는 사회풍토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국의 현실과 다르지 않다.
실패에 대한 관용이 부족한 사회는 모험과 도전정신이 약화되고 안정에 대한 강박관념에 사로잡히게 된다. 사업실패의 경제적, 사회적, 심리적 비용이 과도하게 높은 현실을 타개해야 한다. 대주주나 대표이사의 개인입보, 연대보증 등으로 인하여 사업실패시 회사의 부채가 개인에게 전가되는 관행의 과감한 개혁이 필요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벤처금융에서 융자나 보증이 차지하는 비중을 줄이고 벤처캐피탈이나 PE(private equity) 펀드 등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정부가 모태펀드 등을 통해 벤처 창업의 초기단계의 지분투자를 늘리고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엔젤투자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성공한 벤처기업인이 회수한 돈을 새로운 벤처창업에 투자할 수 있는 유인책이 제공되어야 한다. 투자 리스크를 보전할 수 있는 지본이득에 대한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술보증에 의한 자금공급시 연대보증이나 개인입보를 완화해야 한다. 그간 상당부분 개선되었으나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전문인력의 창업시 좀 더 과감한 유인책이 필요하다. 파산법과 회사정리법을 개선하여 사업실패시 개인과 가정의 파탄을 방지하고 재도전할 수 있는 여지가 있도록 해야 한다. 사업실패의 비용을 낮춰 주어야만 우수한 인력이 안정된 직장대신 모험정신을 발휘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기업가 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 사회 전반적으로 기업가 마인드를 고취시킬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제공되어야 한다. 다양한 미디어와 교육기관을 통해 성공사례와 실패사례가 소개되어 균형 잡힌 학습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창업과 기업가정신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과 훈련을 제공하여 ‘준비된 창업’이 많아지도록 해야 한다. 기업가 교육이 활성화되려면 우수 교수 요원이 확보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 대학이 기업가 교육 전문가를 채용하여 강의를 개설할 경우 일정 규모의 보조금을 제공하는 정책도 필요하다.
한 정 화
[전]한국전략경영학회 회장
[현]한국인사조직학회 회장
[현]한양대학교 기획처 처장 및 혁신관리본부장
[현]한양대학교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