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3007함, 어구에 걸린 범고래 구출, 방류
작년 12월 31일. 독도영해 경비중이던 3000톤급 해경함정 태평양 7호가 어구에 걸린 범고래를 구출해 방류했다.
올해 새해 첫날에도 태평양 7호는 독도 남쪽, 12마일 떨어진 해상에서 게통발 부이에 걸려 울고 있는 범고래를 발견했다.
고의로 고래를 포획하지 않고 우연히 혼획하였을 경우에는 고래를 수협 위판장에서 비싼 값에 경매 처분할 수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몰랐을 경우이다.
고래가 어구에 걸린 것을 발견한 해양경찰이 그대로 지나칠 수는 없었다. 사실 요즘 같이 고래의 혼획이 늘어가는 때에 어구에 걸린 고래를 풀어주는 일은 아주 드문 일이라 할 수 있다.
태평양 7호는 특공대 포함 5명의 구출요원이 편승한 단정을 하강하여 고래를 구출하기 시작했다. 이 당시, 바다의 날씨는 북동풍이 8~10m/s로 바람은 강하지 않았지만 파고는 1~1.5m로 작은 단정이 항해하기에는 파도가 높은 편이었다.
서서히 고래가 있는 쪽으로 접근한 구출요원들은 게통발 부이에 단정을 계류한 후에 고래의 상태를 살폈다. 사람들이 접근하자 불안한지 1분도 안되는 간격으로 물밖으로 나와서 숨을 쉬는 고래는 어구에 걸린 꼬리지느러미에서 피가 나고 있었고, 등쪽도 여기저기 통발 부이에 긁힌 자국이 있었다.
그대로 둔다면 이 고래는 올해 새해를 맞이하지 못할 정도로 지치고 불안해 보였다. 바다가 생활의 터전인 해양경찰이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고래를 보기는 모두가 처음이었다. 통발 로프에 걸려 거친 숨을 내쉬는 길이 7m 가량의 거대한 동체는 구출요원 모두에게 생명의 경외감을 불러 일으켰다.
1월의 겨울바다는 훈련된 특공대 요원에게도 너무나 춥고 거칠었다. 차가운 바닷물에 잠수하여 고래의 지느러미와 게통발 부이를 세밀하게 살핀 특공대 요원들이 단정으로 돌아온 후에 구출요원들은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기 시작했다.
고래를 구하러 왔지만 어민들의 소중한 재산인 어구에 손상을 입히면 안 되기 때문이다. 고래도 구하고 어구에 손상을 입히지 않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마침내 해답을 찾은 특공대 박창용 순경과 김시균 순경은 다시 바다 속에 들어가 꼬리지느러미에 걸린 통발 로프를 절단하고 미리 가져간 로프를 연결해 게통발 부이를 원상 복구시켰다. 로프가 절단되자 자유의 몸이 된 고래는 머리를 돌려서 자신을 구해준 박창용 순경을 쳐다봤는데 이때 둘의 눈이 마주쳤다. 박창용 순경은 고래와 눈이 마주쳤을 때 분명히 고래가 고마워 하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풀려난 고래가 등지느러미만 내놓은 채 서서히 사라지는 모습을 보자 태평양 7호 승조원들은 한 생명을 살렸다는 기쁨을 느끼며 새 삶을 찾은 고래가 건강하게 잘살기를 기원했다. 범고래는 대부분 극지방에서 살지만 모든 대양에서 발견되며, 우리나라에서도 가끔 그물에 걸리는 것을 봐서는 우리나라 바다도 지나다니는 경로이거나 서식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돌고래의 한 종류로 돌고래중에서는 대형이며 사회성이 강하고 아이큐는 70~80에 이를 정도로 머리가 좋다. 해양생물의 대부분을 먹는 대식가이며 물개, 오징어, 바다표범, 바다사자, 북극곰, 소·중·대형 고래를 먹는데 가끔은 상어도 먹는다고 한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범고래가 먹지 않는 생물중의 하나가 사람이라고 한다.
2006년의 마지막 날 범고래를 구한 호생지덕을 쌓은 태평양 7호는 어구에 걸린 고래가 로프를 끊고 새 삶을 찾아 바다로 떠났듯이, 2006년을 보내고 2007년 새해에도 힘차게 동해 바다를 가르면서 독도 영해 주권수호와 바다 가족의 안전을 지킬 것이다.